“주짓수 하면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나요?”
“힘보다 기술이 중요하잖아요.”
여성 입문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맞다. 주짓수는 힘만으로 되는 운동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기술을 ‘완성’시키는 이야기지, 기술을 ‘지켜내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짓수를 수련한다는 건 결국 몸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몸 자체가 점점 약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
에스트로겐이 사라지면, 근육도 같이 사라진다
폐경 이후 여성의 몸에서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 여파는 그저 생리의 종료로 끝나지 않는다.
근육량과 골밀도 모두 급격히 감소하고, 그 결과 낙상과 골절 위험이 급증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은 골다공증성 골절을 경험한다.
계단에서 삐끗하거나, 욕실에서 미끄러지는 ‘사소한 사고’가 평생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육은 단순히 체형을 잡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삶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생존 장치다.
문제는 ‘속근’이다.
“낙상은 순간이다.”
대부분의 노년기 낙상 사고는 계단 턱을 헛디딜 때, 또는 미끄러운 바닥을 밟는 찰나에 발생한다.
이때 중요한 건 반응속도다. 중심을 다시 잡거나, 넘어지더라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힘.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속근’이다.
속근(2형 근섬유)은 빠른 움직임과 폭발적인 힘을 담당하는 근육이다.
즉, 몸을 재빨리 움직이거나, 중심을 급하게 바꿔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근육이다.
문제는 이 속근이 나이 들수록 가장 빠르게 사라진다는 것.
50대 이후부터는 속근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순간 반응력과 균형감각도 함께 떨어진다.
중량운동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나는 무거운 걸 들면 근육이 우락부락해질까봐…”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이건 아주 잘못된 인식이다.
맥마스터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꾸준히 근력운동을 해온 80세 노인은 운동하지 않은 60세보다 더 많은 속근을 가지고 있었다.
이 말은, 근육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훈련하지 않아서 줄어드는 것이라는 뜻이다.
주짓수를 수련하는 여성이라면,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근력과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 특히 속근을 훈련하는 것이다.
주짓수 + 중량 훈련 = 가장 강한 노화 저항
체중 부하를 활용한 스쿼트, 레그프레스, 힙 쓰러스트는 속근을 자극하는 대표 운동이다.
중량을 천천히 올려가며 주 2~3회 꾸준히, 근육에 피로를 느낄 정도로 훈련하면 된다.
이런 훈련은 그저 체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지켜내는 몸을 만든다.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일 때, 나를 보호하는 방어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힘.
서브미션을 풀어내고 다시 베이스를 만들 수 있는 능력.
모두 근육에서 비롯된다.
기술만 연습하지 말자.
“그 기술을 지켜낼 몸을 만들자.”
주짓수를 오래 수련하고 싶다면, 반드시 근육을 훈련해야 한다.
특히 여성 수련자에게 근육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빠르게 사라지고, 사라진 근섬유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기술을 배운다는 건 결국 ‘몸을 써서 삶을 지키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 몸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기술은 아무리 배워도 제 힘을 쓸 수 없다.
나이 들수록, 더 무거운 걸 들어야 하는 이유.
그건 미용도, 성능도 아니다.
삶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