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 안에 굳이 래쉬가드를 입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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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아니라, 함께 구르는 사람을 위한 작은 보호막

노기(No-Gi) 주짓수에서 래쉬가드는 당연한 복장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도복을 입는 기(Gi) 주짓수에서도 래쉬가드를 안에 입는 사람은 많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어차피 도복을 입는데 굳이 래쉬가드까지 입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래쉬가드는 단순한 주짓수 패션이 아니다. 주짓수라는 운동의 특성을 생각하면 꽤 합리적인 수련 장비다.

주짓수는 피부가 끊임없이 무언가와 닿는 운동이다

주짓수의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시간을 매트 위에서 보낸다는 것이다.

등을 대고 눕고, 어깨로 버티고, 얼굴이 매트 가까이 내려간다. 여기에 파트너와 몸을 밀착하고 서로의 팔과 목을 감싸며 땀까지 공유한다.

도복을 입었다고 피부가 완전히 가려지는 것도 아니다. 스파링이 시작되면 옷깃은 벌어지고 도복은 돌아가며 피부가 노출된다.

이 때문에 주짓수에서는 매트 청소와 도복 세탁, 손발톱 관리, 샤워 같은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단순한 개인 취향이 아니다. 함께 수련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에 가깝다.

래쉬가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피부다

래쉬가드는 피부와 도복, 매트, 파트너 사이에 한 겹의 물리적인 장벽을 만든다.

특히 반복적인 그라운드 움직임에서는 피부가 매트나 거친 도복에 쓸리면서 작은 찰과상이나 이른바 ‘매트 번(mat burn)’이 생길 수 있다.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래쉬가드가 감염을 막아주는 장비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피부 노출과 직접적인 마찰을 줄이는 데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깨끗한 매트, 깨끗한 장비, 깨끗한 몸이고 래쉬가드는 그 위에 하나의 보호층을 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땀이다

한여름에 주짓수를 해본 사람이라면 설명이 필요 없다.

한두 라운드만 지나도 도복은 상당한 양의 땀을 흡수한다. 그것도 자신의 땀만은 아니다.

몸에 밀착되는 래쉬가드는 땀을 흡수하고 빠르게 확산시키도록 만들어져 있어 면 티셔츠보다 움직임이 편하고, 젖은 천이 몸에 엉겨 붙는 불편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트너의 얼굴에 땀에 젖은 맨가슴을 그대로 밀착시키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주짓수에서는 이것도 꽤 중요한 매너다.

그렇다고 래쉬가드가 위생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래쉬가드를 입었다고 위생적인 수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련이 끝난 래쉬가드와 도복을 가방 안에 하루 종일 넣어두거나, 세탁하지 않은 장비를 다시 입는다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수련복은 매번 세탁하고 충분히 건조해야 한다.

피부에 이상이 있거나 감염이 의심될 때는 래쉬가드로 가리고 수련할 것이 아니라 매트에서 쉬는 것이 맞다.

감기나 전염성 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체육관은 기술만 가르치지 않는다

주짓수에서 위생은 꽤 흥미로운 문화다.

암바를 잘하는 사람도 손톱이 길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패스를 아무리 잘해도 세탁하지 않은 도복을 입고 온다면 함께 구르고 싶은 사람은 줄어든다.

주짓수는 혼자 연습할 수 없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내가 깨끗해야 파트너가 안전하고, 파트너가 깨끗해야 나 역시 안전하다. 그래서 매트를 닦고, 도복을 빨고, 손발톱을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래쉬가드를 입는 행동까지 모두 수련의 일부가 된다.

래쉬가드는 작은 옷 한 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한 장에는 내 피부를 보호한다는 의미와 함께, 오늘 나와 몸을 맞댈 사람을 배려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주짓수에서 좋은 파트너가 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기술을 안전하게 걸고, 탭을 존중하고, 깨끗한 도복을 입는 것.

그리고 도복 가방을 챙길 때 깨끗한 래쉬가드 한 장을 함께 넣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