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8일, 미국 알래스카 코디악섬 벨스 플랫(Bells Flats) 인근에서 평범한 산책이 생사를 가르는 순간으로 바뀌었다.

케이틀린 레인(Katelynn Lane)은 반려견 베스퍼(Vesper)와 연어가 올라오는 개울 인근을 걷던 중 새끼를 동반한 암컷 코디악 불곰과 마주쳤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곰의 몸무게는 약 800파운드, 약 360kg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인은 소리를 내고 자리를 지키며 곰을 물러나게 하려 했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곰이 접근했고, 베스퍼가 짖으며 곰의 주의를 돌리는 사이 레인은 경사면으로 이동했다. 이후 곰은 다시 접근해 레인의 다리를 물었다. 알래스카 공공안전부 역시 피해자가 다리를 여러 차례 물렸으며 반려견이 곰의 주의를 분산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로 이 순간 뜻밖의 움직임이 나왔다.

레인은 등을 바닥에 둔 상태에서 한쪽 다리로 곰과의 공간을 확보하고 다른 다리를 이용해 곰을 걷어찼다. 곰의 얼굴을 향한 방어 동작 이후 공격은 멈췄고, 레인은 결국 현장에서 살아나올 수 있었다. 이후 곰이 새끼들과 떠나자 911에 신고한 뒤 인근 주택까지 이동했다. 부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반려견 역시 다치지 않았다.

그런데 사건 이후 레인은 당시 자신의 움직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주짓수였다.

레인은 과거 짧은기간이지만 주짓수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곰을 상대했던 자세가 주짓수에서 바닥에 누운 상태로 상대와 거리를 만드는 방식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한쪽 다리로 상대를 막고 다른 다리를 이용해 공간을 확보하는 움직임이었다.

다만 레인 자신도 그것이 훈련 덕분이었는지 완전히 본능적인 행동이었는지는 단정하지 않았다. 주짓수 경험과 연결한다면 바로 그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시 유니버시티는 이 사건을 소개하며 이를 초보자 과정에서 다루는 이른바 ‘Stage 5’와 연결했다.

상대보다 아래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바닥에 등을 대고 있을 때 인간에게 가장 길고 강력한 도구인 두 다리를 상대와 자신의 몸 사이에 배치해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주짓수의 ‘가드’가 가진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주짓수를 처음 보는 사람은 가드를 상대보다 불리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경기 기술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기방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넘어졌을 때 무작정 일어나려 하기보다 다리를 방패처럼 사용해 상대가 머리와 몸통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안전하게 일어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을 두고 “주짓수를 배우면 곰과 싸울 수 있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레인이 살아남는 데에는 반려견이 곰의 주의를 돌린 것과 당시 상황, 여러 우연적 요소가 함께 작용했다. 공식 발표에서도 반려견의 행동은 중요한 요소로 언급됐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주짓수 수련자들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따로 있다.

훈련은 반드시 생각하고 꺼내 쓰는 기술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반복했던 자세와 움직임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몸의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넘어졌을 때 다리를 몸과 위협 사이에 두는 것, 공간을 만들고 상대의 접근을 막는 것. 레인이 절체절명의 순간 보여준 움직임은 놀랍도록 주짓수의 기본 원리와 닮아 있었다.

상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려 800파운드의 코디악 불곰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본능적으로 선택한 자세에는, 과거 잠시 배웠던 주짓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